적천수

천간(天干) _ 임수(壬水), 계수(癸水)

국건사 2023. 1. 5. 13:38

임수(壬水)

壬水通河 _ 임수통하 _ 임수는 은하수에 견줄만큼 큰 물인데

能洩金氣 _ 능설금기 _ 강한 금기운을 능히 흘려보낼 수 있고

剛中之德 _ 강중지덕 _ 굳건한 가운데 덕 또한 갖추고 있어

周流不滯 _ 주류불체 _ 두루 흘러내려 막힘이 없다.

通根透癸 _ 통근투계 _ 지지에 뿌리를 내리고 천간에 계수가 투출되었다면

沖天奔地 _ 충천분지 _ 그 기세가 하늘을 비우고 땅을 내달릴 만큼 강력하며

化則有情 _ 화즉유정 _ 정화를 만나 합을 하면 정이 생겨나고

從則相濟 _ 종즉상제 _ 기세가 약해 종을 해도 서로 구제하여 해가 없다.  

 

적천수에서 천간의 설명을 읽다보면 갑목에서 '갑목참천 - 갑목의 기세는 하늘을 찟을 듯하다' 는 식의 멋진 시구를 사용한 반면에 임수, 계수에 이르러서는 그 성격을 주역에 의지하여 풀어쓴 점이 눈에 띈다. 임철초의 주석에서 "임수는 양수(陽水)로서 통하(通河)는 하늘의 은하(銀河)인 천하(天河)를 의미한다." (壬爲陽水 通河者 天河也)라고 하였다. 이어 "장생지가 신위에 있으며, 신위는 또 천하의 출입구에 있으니, 다시 말하면 후천팔괘도의 곤위에 있는 것이다." (長生在申 申在天河之口 又在坤方)라고 하였다. 

임철초의 주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팔괘(八掛)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데, 사주를 보는데 필수적인 것은 아니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보길 바란다. 먼저 팔괘 중에서 곤(坤)을 살피면 모두 음효(陰爻)로 이루어져있는것을 볼 수 있는데, 후천팔괘음양오행에서는 이 곤위(坤位)가 미토(未土)와 신금(申金)에 해당한다. 모두 음으로만 구성된 곤위(坤位)는 양기가 수렴되어 금수(金水)로 변화되는 것을 형상화 한것으로, 12운성상 임수는 신금에서 장생이 된다. 그리고 임수는 감위(坎位)로서 두개의 음효(陰爻) 사이에 하나의 양효(陽爻)를 놓아, 양의 운동을 내재하고 있는 힘으로 본다. 그러니까 음기운이 가장 강한 것은 금(金)이고, 수(水)는 오히려 양의 기운을 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경금(庚金)에 대해 숙살지기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천간 중에서 가장 강한 음기운을 가지고 있는 힘으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나아가 임철초는 "임수는 금의 기운으로 부터 생성된 힘이기 때문에 금의 기운을 설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강중지덕이다"라고 설명한다. (壬水生此 能洩西方肅殺之氣 所以爲剛中之德也)

"통근투계 충천분지"는 임수가 뿌리를 두고 천간에 계수가 투간하였다면 수의 기운이 강력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에 임철초의 주석에서는 "지지에 申子辰을 모두 갖추고 천간에 계수가 투출되었다면 그 기세가 범람하는 것이니, 설령 戊己의 土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흐름을 저지하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강제한다면 오히려 충돌하여 격렬하게 되어 수의 우환이 극심하다. 반드시 목(木)을 사용하여 설기할 수 있어야만, 그 기세에 순응함이니 충천분지에 이르지 않는다."  (如申子辰全 又透癸水 其勢泛濫 從有戊己之土 亦不能止其流 若强制之 反沖激而成水患 必須用木洩之 順其氣勢 不至於沖芬也)라고 덧붙였다. 

"화즉유정"은 임수가 정화와 만나 합을 하는 것을 말하는데, 정임합목이 되는 것에 대해 "종즉상제 - 기세가 약해 종을 해도 서로 구제하여 해가 없다"는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水)의 기세가 약하다는 의미는 반대로 다른 오행의 힘이 강하다는 의미인데, 예를 들어 화(火)의 기세가 강할 경우 정임합목으로 화의 기세를 따라가며 금(金)의 기세가 강할 경우 극을 당하는 목(木)의 기운을 북돋는 역할을 하고 토(土)의 기세가 강할 경우 정화와 임수가 힘을 합해 토(土)를 극하게 되므로, 정화와 임수가 서로 구제한다는 의미이다.  

 

계수(癸水)

癸水至弱 _ 계수지약 _ 계수는 지극히 약하고 은근하나

達於天津 _ 달어천진 _ 고요히 흐르고 흘러 하늘 나루터에 도달하고

得龍而運 _ 득룡이운 _ 지지에 용(진토)를 얻어 움직이게 되면 

功化斯神 _ 공화사신 _ 그 공로가 화(化)하여 오며한 신의 조화를 이룬다.

不愁火土 _ 불수화토 _ 화와 토가 많아도 걱정하지 않으며

不論庚辛 _ 불론경신 _ 경금과 신금 어느 것도 흘려보낼 수 있다고 말 못하며

合戊見火 _ 무합견화 _ 무토와 합을 하고 화를 또 보게 되면

化象斯眞 _화상사진 _ 그 합화의 상은 진정한 화(化)를 이루게 된다.

 

계수는 가장 강한 음의 기운이며, 그 기세가 천간 중에 가장 고요하지만 '윤토양금(潤土養金)'하여 생명을 잉태하는 힘을 갖는다. 다음으로 "득룡이운, 공화사신"이란 대목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솔직히 잘 이해가되지 않는다.  유기는 "용을 얻으면 합화의 교감에 따른 운우로 하강하게 되니, 능히 만물을 윤택하게 하며, 합화를 이루게 하는 공로가 있는 것이다 (得龍以成雲雨 乃能潤澤萬物 功化斯神)"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 의미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진토는 지장간에 (乙癸戊)를 갖춰 계수의 뿌리가 된다는 의미로 진토에 통근한 계수가 만물을 윤택하게 하는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철초가 "용이라고 하는 것은 곧 진토를 의미한다. 진토를 얻어 합화한다는 것은, 합화의 원신(原神)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십간이 진위(辰位)에 도달하면 반듯이 화신(化神)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은 하나의 정해진 것으로 변하지 않는 이치이다 (龍卽辰也 得辰而化者 化辰之原神發露也 凡十干逢辰位 必干透化神 此一定不易之理也)"라는 설명은 정확하게 어떤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봉룡즉화설(逢龍則化設)이라는 견해가 있는데, 봉룡즉화설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였고 크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불수화토 불론경신"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임철초는 "불수화토라는 것은 지극히 연약한 성정으로서 화토가 많아 왕성하면 종화, 종토를 한다는 것이다. (不愁火土者 至弱之性 見火多卽從化矣)"라고 하였는데, 계수는 화토에 대해 이겨내는 힘이 있어 걱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화토에 힘을 따라가버려서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또 "불론경신이라고 하는 것은, 연약한 수로서 왕성한 금기를 설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금이 많아지면 오히려 탁해진다고 말하는 것은 계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不論庚辛者 弱水不能洩金氣 所謂金多反濁 癸水是也)"라고 하여 수(水)의 일반적인 오행상극의 원리를 따르지 않는 설명을 하고 있다. 이 설명에 따르면 계수는 원국의 해석에서 상당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힘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목기운이 왕성한 힘을 생조하기에도 벅차고, 화토가 왕성하면 종(從) 해버리며, 금기운을 설기하는 힘도 없기 때문인데, 원국에서 계수가 있는 경우 중용을 맞추기 위해서는 임수와 함께 투출하거나 진토-축토와 같은 습토가 뿌리가 되어주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무합견화, 화상사진"에 대한 설명 역시 유기(劉基)의 주석이 가장 자세하나, 간단하게 무계합화화(戊癸合化火)로 이해해도 되겠다.